2001년, 처음 유럽에 도착했던 날을 기억합니다. 런던에서 호텔을 찾아 헤매다가 늦은 시간에야 방에 들어섰을 때, 여행이 시작된다는 설렘보다 무사히 도착했다는 안도감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서툴었던 첫 유럽 여행이 시작됐습니다.
같은 도착, 다른 방향
이제는 유럽을 출발하여 출장이나 휴가로 오히려 한국을 방문합니다. 그리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옵니다.
2001년에는 일상을 떠나 여행을 시작하러 이곳으로 왔지만, 지금은 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복귀합니다.
같은 비행기를 타고 같은 공항에 함께 도착하더라도, 공항 밖은 어떤 사람에게 이제 시작될 여행지기도, 또 다른 사람에게는 다시 돌아온 일상의 터전이기도 할 껍니다.
다시 일상으로
현재의 나에게 유럽에 도착한다는 것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이 되었습니다.
공항에서 나와 익숙한 길을 따라 가족이 기다리고 있는 집에 도착하면 하나의 여행은 그렇게 마무리합니다.
한국에서 가져온 짐을 풀어 정리하고, 이곳의 기온과 시간에 조금씩 적응해 갑니다.
냉장고가 비어 있으면 당장 장을 봐서 채워두어야 하고, 그동안 하지 못한 청소와 빨래도 하고, 다음 날이면 다시 출근할 준비도 해야 합니다.
떠나기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일상과 익숙한 공기 안으로 그렇게 다시 들어갑니다.
그 일상의 반복에 지쳐 여행을 떠났지만, 이제 다시 돌아와 그 익숙한 반복 속으로 들어갑니다.
언제부터 유럽이 더 익숙한 일상이 되어버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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