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유럽 — 달라진 도착

2001년, 처음 유럽으로 향했습니다.

당시 항공권부터 숙소, 유로스타와 유레일까지 여행사를 통해 거의 모든 것을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은행에서 나라별 통화를 필요한만큼 환전했습니다.

필요한 것들을 충분히 준비했으니 나머지는 가서 해결하자는 마음으로 출발하는 날짜만 기다렸습니다.

서울에서 일본 간사이 공항으로 이동해서 JAL이 마련해준 호텔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런던으로 향했습니다.

첫 유럽 여행이어서 설레고 들뜬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까워지는 낯선 풍경

런던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가 조금씩 고도를 낮추기 시작했습니다.

창밖으로 숲이 보이고 그 사이로 집들이 하나둘 나타났습니다.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색깔과 모양의 주택들이었습니다. 지금 기억하고 있는 유럽의 첫 모습입니다.

비행기가 더 낮아질수록 집들은 점점 가까워졌고 수도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설렘은 긴장으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착륙 후 문이 열리면 잠시 익숙해졌던 공간을 떠나, 처음 보는 세상에 한발을 내딛고 나아가는 것이 사실 두렵기도 했습니다.

비행기에서 내린 뒤

막상 히드로 공항에 도착하니 그 긴장과 두려움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필요한 것은 거의 다 준비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호텔까지 가는 일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표를 사고 지하철을 타는 것부터, 지하철에서 내려 호텔을 찾는 것까지 모두.

여행사에서 준 약식 지도를 가지고, 어둡고 낯선 거리를 걸으며 한참을 헤맨 끝에야 예약해 둔 호텔에 도착했습니다.

그렇게 첫 유럽의 밤은 깊어갔습니다.

다시 돌아오는 길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금도 가족과 지인들이 있는 한국을 이런저런 연유로 방문하곤 합니다. 그런 여행을 마치고 다시 벨기에로 돌아옵니다. 이전과 다른 방향의 여정입니다.

한번의 환승을 하고 브뤼셀 공항에 도착하면 하나둘씩 익숙한 풍경들이 나타납니다. 낡은 공항 주차장을 돌아 나오면 밖은 이미 어둡고 때론 비가 내리기도 합니다.

‘역시 벨기에 날씨구나.’

집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서면 익숙한 도로와 낯익은 표지판의 글씨들이 차창 밖으로 지나갑니다.

특별히 아름다운 풍경도, 처음 보는 풍경도 아니지만, 그 익숙한 풍경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집에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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