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유럽의 어느 공항에 착륙하면 우리는 보통 도착했다고 생각합니다. 기나 긴 비행으로 인해 때로는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기내에서 박수가 나오기도 합니다.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자마자 사람들은 일제히 일어나 선반을 열고 짐을 꺼냅니다. 아직 탑승구 문이 열리지 않았는데도 통로에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비행기에서 내리고 싶은 마음은 어디서나 비슷한가 봅니다.
문이 열리면 차례로 비행기 밖으로 나서며 유럽에 첫발을 디딥니다.
이제 드디어 유럽에 도착한 것일까요?
비행기에서 내린 뒤
비행기 문을 나서 탑승교로 들어서면 낯선 공항의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국과 다른 날씨 혹은 다른 기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함께 내린 사람들과 터미널에 들어서게 되면, 표지판의 안내를 따라 같은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그러는 동안 조금 전까지 기내에서는 느껴보지 못 했던 것들이 하나 둘씩 다가옵니다.
표지판에는 낯선 언어가 보이고, 주변에서 들리는 말도 달라집니다. 비행기는 이미 도착했지만, 그제야 다른 곳에 와 있다는 사실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도착했지만 아직 들어가지는 않은 곳
그렇게 사람들을 따라 계속 걷다가 모두가 발걸음을 함께 멈추는 곳에 다다릅니다. 입국심사입니다.
몸은 이미 유럽 땅에 와 있지만, 아직 유럽에 들어가지는 않은 셈입니다.
여권을 내밀고 심사를 받은 뒤에야 그곳을 지나갈 수 있습니다.
이제 입국심사대를 지나 환승을 하기 위해 보안검색대로 향하거나, 그곳이 도착지라면 수하물을 찾아 공항 밖으로 나옵니다.
이제 정말 도착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 하나가 더 남아 있습니다.
가장 늦게 도착하는 것
공항 밖으로 나와서 목적지까지 도착했는데도 몸은 아직 출발지의 시간을 따르고 있습니다.
낮인데 졸리고, 한밤중에 눈이 떠집니다. 몸의 시간은 며칠에 걸쳐 천천히 이곳의 시간에 맞춰집니다.
어쩌면 가장 늦게 도착하는 것은 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글과 함께 읽기 — 유럽으로 가는 중
- 항공권 구매를 준비한다면 → 「유럽으로 가는 중 — 항공권, 언제 어떻게 살까?」
- 달라진 유럽행 하늘길이 궁금하다면 → 「유럽으로 가는 중 — 길어진 비행, 달라진 하늘길」
- 도착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 「유럽으로 가는 중 — 우리는 언제 도착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