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어디까지 갈까? —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누군가 여행을 간다고 하면 자연스럽게 물어봅니다.

“어디로 가나요?”

여행을 준비할 때도 비슷합니다. 지도를 펼치고 가보고 싶은 곳을 찾습니다. 목적지를 정하고 나면 그곳까지 어떻게 갈지, 또 어디를 경유할지 생각하며 여행의 동선을 그려봅니다. 우리의 마음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러다 문득 다른 질문 하나를 던져봅니다.

“나는 왜 떠나려고 하나?”

떠나는 이유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고, 때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일에 지쳐 잠시 쉬고 싶을 때도 있고, 평소 보고 싶었던 것을 직접 보기 위해 떠날 때도 있습니다. 삶의 중요한 순간이나 전환을 앞두고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은 곳으로 간다고 해서 모두 똑같은 여행을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바닷가는 누군가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온전한 쉼의 공간일수도, 누군가에게는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던 풍경일 수도 있습니다.

2001년 처음 유럽 여행을 준비할 때를 돌이켜 보면, 가능한 한 많은 곳을 가보고 싶어 했습니다. 아마 언제 다시 유럽에 올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한 번의 여행에 되도록 많은 곳을 담아보려 했습니다.

지금 지도 위에 그때 다녀온 도시들을 표시해보면, 어디를 갔는지만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 무엇을 보고 싶었는지도 함께 보입니다.

떠남의 다른 이유

2004년에 다시 유럽으로 향했습니다. 2001년에는 유럽 여행을 위해 떠났다면, 이때는 유럽에서 살기 위해 떠나는 길이었습니다.

지도 위에서 보면 한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방향은 같았지만, 그곳으로 떠나는 이유와 목적은 달랐습니다.

그래서인지 지도를 보며 어디로 갈지 계획할 때, 가끔은 스스로에게 이유를 물어보곤 합니다.

나는 왜 떠나려고 하는 걸까?

여행처럼 내가 선택해서 떠나는 경우라면, 왜 떠나는지 답하기가 쉬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항상 스스로 선택을 해서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떠날 때를 정하지 않았는데도 떠나야 하는 순간이 오기도 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떠남을 맞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도 나는 왜 떠나는지를 물을 수 있을까.

떠나는 이유가 분명할 때도 있지만, 끝내 설명하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왜’라는 질문 앞에서 오래 머물러야 하는 걸까.

이유를 알 수 없다면, 질문의 방향을 조금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여행이라면 지도 위에 목적지를 표시하고 그곳으로 가는 길을 그려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목적지를 모른 채 떠나는 경우도 있고, 내가 여기 왜 있는지 모를 때도 있습니다.

왜 떠나는지 혹은 어느 곳으로 가고 있는지 알지 못하더라도, 나침반을 볼 수는 있습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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